수영과 골프1 : 수영은 프로급인데 골프 실력은 왜 늘지 않을까?

인체공학자들의 숨겨온 비밀

나는 개인적으로 수영과 골프를 다 좋아한다. 하지만 수영 경력이 바다 수영을 포함해 훨씬 더 길다. 무려 30년이다. 그러나 골프는 늦게 시작한 운동이라 그런지 재미있긴 한데 빨리 늘지가 않는다. 어느날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 골프 실력에 대해 의혹을 품고 그 이유에 대해 파 헤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쁜 소식이다. 수영과 골프 스윙은 동시에 다 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수년동안 이 두 운동의 인체 공학적 불일치를 경험했던 것이었다.

장면 하나, 헬스장에서 우연히 20년전 친구를 만났다.

“야, 너 수영 20년 했다며? 골프 금방 치겠다.” 현주는 자신 있게 말했다. 어깨 근육이 티셔츠를 터뜨릴 것 같은 나의 체형. 태국에서는 이런 어깨가 넓은 남자같은 체형의 여자를 까터이( Katoey : 태국에서 중성이나 양성을 모두 가진 정체성)라고 놀리기도 한다.

실제 나의 이야기를 해 보자면 10년전으로 돌아간다.

나는 푸켓에 살면서 골프를 배우기했다. 여행업에 종사하던 시절 직업상 골프를 모르면 불편한 현실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골프프로님에게 레슨을 받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첫 스윙을 날린 날 나의 공은 왼쪽 OB. 두 번째도, 세 번째 한결같이 같은 방향이다.

나의 골프 코치는 조용히 속으로 생각했다. “또 수영 선수 출신이네.”

나는 혼자 대답했다. “어떻게 알았지?”

인체공학자만 아는 ‘비밀’ 3가지

1.수영으로 만들어진 몸은 수평면 회전에 최적화되어 있다. 어깨 외회전 근육이 강하고, 광배근이 두껍다. 문제는 골프 스윙이 요구하는 것이 나선형 회전과 지면 반력의 연계라는 점이다.

2.수영 선수의 강력한 어깨는 오히려 클럽페이스 제어를 방해한다. 너무 강한 근육이 미세 조정을 억누르는 것이다. 피아노를 역기 선수에게 맡기면 어떨까? 힘이 문제가 아니다.

3.수영은 허리 회전 가동성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근육을 단련시킨다. 물의 저항에 맞서 몸통을 안정시키는 훈련이 골프의 ‘자유로운 고관절 회전’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과학적인 근거를 아무리 열심히 남편에게 이해시켜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않는가? 지금껏 인생에서 노력해서 안되는 일 중에 아직 포기한 것은 없다. 하지만 나는 다시 생각했다. 혹시 유전적인 영향이 있는건 아닐까?

나는 수영을 잘 하는 유전자를 타고났다.

흥미롭게도, ACTN3 유전자(스피드·파워형) 를 가진 사람은 수영에서 폭발적 퍼포먼스를 보이지만, 골프처럼 정밀 협응력이 필요한 종목에서는 오히려 불리하다는 연구가 있다. 반면 COL5A1 유전자(유연성형) 를 가진 사람은 골프 스윙의 토크 효율이 높다. 의학적 근거에 의하면 수영을 잘하게 해준 유전자가 골프를 방해하는 공범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인 경우도 같은 이치가 성립될 것이다. 골프를 잘 하는 사람은 수영을 배우기가 힘든가?”

남편을 실험 대상자로 선정하기 딱 좋은 케이스이다. 골프를 30년간 쳤고 수영은 초보이다.

수영과 골프 스윙, 둘다 잘 하고싶다

전문가의 조언에 의하면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전환 비용이 크다. 수영 후 골프를 시작한다면 3가지의 준비가 필요했다. 첫째, 광배근과 어깨 외회전 근육의 의도적 이완 훈련 필요하다. 둘째, 골반 주도의 회전 패턴을 새롭게 신경계에 각인해야 한다. 셋째, 처음 운동을 잊는 시간이 다음 운동을 배우는 시간보다 더 걸릴 수 있다.

나는 결국 3개월 후 레슨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가 몰랐던 건, 문제가 노력 부족이 아니라 몸의 언어였다는 것이다. 수영이 만든 몸은 아름답다. 다만, 골프 코스에서는 그 아름다움이 때로 가장 우아한 방해물이 된다.

사진 : 방콕의 친환경적인 야외 수영장

골프 고수가 수영장에서 익사할 뻔한 날- 반대로도 성립하는 인체공학의 역설

장면 둘, 수영장 레인에서의 남편

“골프 싱글 핸디캡이면 운동 신경은 최상급 아닌가요?” 수영 메니져는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이 한국에서 처음 수영 레슨을 받으러 간 날이었다.눈앞의 50대 남성, 그는 물에 들어서자마자 가라앉았다. 정확히는, 너무 안정적으로 가라앉았다. 10년전 나의 남편 이야기이다. 골프가 만든 그의 몸은 지면을 누르는 방향으로 단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수영은 반대다. 물 위로 떠야 한다. 골프 스윙의 핵심인 하체 고정 근육들이 수영에서는 몸을 물속으로 끌어당기는 닻이 된다. 나는 웃음 참지 못하고 말았다. 인생을 살면서 이토록 통쾌한 순간은 평생 없을 것이다 😘

어느 방향이 더 쉬울까?

골프 → 수영 전환이 수영 → 골프 전환보다 더 어렵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영은 새로운 동작을 추가하는 학습이며 골프는 기존 패턴을 지우고 새로 각인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있는 운동이다. 수영 선수는 잘못된 근육 습관을 버리는 것이 관건이고, 골퍼는 뜨는 법 자체를 처음 배우는 것이니 출발선이 다르다.이미 단단하게 굳어진 골프의 메커니즘을 깨고 물에 뜨는 법부터 배우는 것은, 마치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몇 배의 뇌 에너지를 소모한다.

수영 선수가 골프를 배울 때는 힘을 빼고 회전축을 잡는 연습에 집중하면 되지만, 골퍼가 수영장 물속에 들어서는 순간 지면을 차던 하체는 아래로 가라앉고 단단했던 상체 근육은 부력을 방해하는 단점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두 종목 중 어느 쪽을 먼저 접했느냐에 따라 익숙해지는 난이도는 천차만별로 갈라진다.

나이가 변수가 된다면?

40대 이후엔 골프가 압도적으로 불리해진다 . 수영은 관절 부하 없이 나이 들어도 배울 수 있다. 반면 골프 스윙은 척추 회전 가동성과 고관절 유연성을 요구하는데, 이 두 가지는 나이와 함께 가장 먼저 줄어드는 신체 능력이다. 50세에 수영을 시작한 사람은 2년 안에 1km를 완영할 수 있다. 50세에 골프를 시작한 사람이 100타를 깨는 건 통계적으로 평균 4~7년이 걸린다. 나의 경우인것 같다.

유전자는 여기서도 개입한다

GDF5 유전자(관절 유연성 관련) 변이를 가진 사람은 수영 전환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GDF5 유전자 변이로 인해 관절 유연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수영뿐만 아니라 요가, 필라테스, 댄스처럼 관절의 넓은 가동 범위와 전신 협응을 요구하는 운동에서 압도적인 재능을 보인다. 단단한 하체 고정력과 지면 반발력이 핵심인 골프와 달리, 이들은 관절을 부드럽게 확장하고 몸을 유연하게 늘려 쓰는 운동을 훨씬 빠르게 습득하며 부상 위험도 현저히 낮다.

반면 MSTN 유전자(근육량 억제) 가 약한 사람, 즉 근육이 쉽게 붙는 체질은 골프에서 수영으로 갈 때 부력 확보가 더 어렵다. 남편은 결국 나에게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6개월 동안 킥판을 놓지 못한다. 그의 골프 백스윙처럼 우아했던 팔이, 물속에선 가장 무거운 짐이다.

👍🏾 GDF5 유전자(관절 유연성 및 연골 유지) 및 수영에 유리한 신체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골프에 비해 더 잘하는 대표적인 운동 종목들

1.요가 및 필라테스 (유연성·신장성 운동) – 특징: GDF5 변이 등으로 관절 가동 범위가 넓고 인대가 부드러운 체질은 동작의 가동 범위를 쉽게 확보한다. 골퍼들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근육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부상 위험이 적고 고난도 동작을 훨씬 빠르게 습득한다.

2.체조 및 무용·발레 (전신 관절 협응 종목) – 특징: 어깨, 골반, 척추의 관절 유연성이 핵심인 종목입니다. 몸을 크게 확장하고 부드럽게 연결하는 동작에서 선천적인 유연성 체질이 압도적인 이점을 발휘한다.

3.마라톤·사이클 (유산소 및 지구력 종목) – 특징: 수영에 적합한 체질은 보통 근육이 크고 무겁게 뭉치는 체질(MSTN 유전자 억제형)과 달리, 수분 분산 능력이 좋고 가볍고 긴 근육 생태계를 가진다. 따라서 체중 부담을 줄이고 관절 마모 없이 지속적인 지상 유산소 운동을 수행하는 데 유리하다.

4프리다이빙 및 패들보딩 (수상 및 해양 스포츠) – 특징: 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부력을 타고 관절을 부드럽게 사용하는 감각이 뛰어나, 물과 관련된 모든 레저 스포츠에서 빠르고 높은 적응력을 보인다.

결론 : 둘 다 잘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순서가 있다면 수영을 먼저, 나이 들기 전에 골프를 시작하면 더 좋다. 흥미로운 사실은 몸이 기억하는 언어를 바꾸는 건, 모국어를 바꾸는 것만큼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태국 골프코스 이미지

#골프실력, 수영 메커니즘, 인체공학, 운동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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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과 골프1 : 수영은 프로급인데 골프 실력은 왜 늘지 않을까?”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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